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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역 대합실
박가월열차 타러 가는 사람 차에서 내려 나오는 사람
대합실엔 오가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몇 명 안 되는 노숙자는 천방지축 제멋대로 있다
거리낌 없이 광장 거리를 돌아다니고
세수 안한 얼굴에 옷은 찌든 때가 뻔질뻔질
억세게 뻗친 수염과 머리가 드센 고슴도치 같다
정오의 대합실은 조용한 분위기인데
긴 의자에 술 취한 노숙자는 무의식중인가
인사불성이 되어 얼마나 잠을 잤을까
버릇처럼 비몽사몽으로 눈을 감은 채 누워
아래 지퍼에 손이 가더니 성기를 끄집어 내놓고
오줌발은 뻗치다 자져들고 바닥은 흥건하다
사람들은 혼비백산 죄인처럼 달아났고
같은 부류의 중년 여자는 노숙자 친구쯤 되는지
주위를 한번 휘 둘러보더니, 이게 뭐야
지퍼를 잡고 옷을 올리려고 툭툭 건드리니
검은 놈은 힘없이 미끄러져 들어간다
노숙자도 인정이 있고 부끄러운 것은 알고 있다
남들이 못하는 일을 스스럼없이 해내지만
자기 부끄러운 희생 하나로 남을 아무렇지 않게
수습하여 다음 사람을 유쾌하게 한다
최악의 경우에 달하면 남이 못하는 짓을 하게 되는가
거리에서 흘레 짓거리하는 개 같은 행동을
우리도 내몰리면 같은 짓을 스스럼없이 하리라
인간은 옷을 입기 전에는 아무데서나 내놓는
지금도 남은 선례로 길에서 방뇨하고 있다
삶이 무너져 내리면 사람도 개와 예외가 없으리라.
[계간 현대문학사조 발표,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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