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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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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이고 싶다
박가월
1내 얼굴을 누구의
얼굴과도 바꾸고 싶지는 않다
내 얼굴에 가냘픈 몸매에
조금 살이 붙었으면 하지만
밉지 않은 얼굴이면 족하다
내 얼굴을 잘생긴 누구의
얼굴을 닮고 싶다는 것은
청춘靑春의 반발이었다
어려서는 날 낳아 주신 부모님을
원망하고 태어난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얼굴을 바꾼다거나
누구를 닮고 싶은 청춘은 갔다
나는 나이고 싶다
이립而立의 개성을 발견하면서
날 낳아 주신 것에 감사한다.
2
나는 나이고 싶어 하면서
나는 남 닮는 것을 부정하며
내 애인은 누구이고 싶고
누구를 닮은 여자이고
지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곧은 절개를 가진
여인을 갈망하는 것은
나는 나이기 이전에
뭇 사람의 마음일 게다.
3나를 대신해 누가
사랑을 해 줄 수 없다
나를 대신해 누가
밥을 먹어 줄 수 없다
누가 나를 대신해 먹은 밥에
내가 배부를 수 없듯
사랑은 내가 해야 한다
내가 밥을 먹어야 한다
내 피부와 감정으로 실감을 해야
사랑을 알 수 있고
人生의 참맛을 알 수 있다
철저히 나를 찾아야 한다
나는 나이고 싶다.
4
나의 길은 내가 가야 한다
내 일은 내가 알고 해야 한다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자기 안락을 위한 실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가 지은 죄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
죄를 짓고 비굴하게 피하는 것은
잠시의 위안은 될지언정
자기 자신을 뒤돌아볼 때
부끄러운 오점을 남기게 된다
지금 내가 죽어도
내 일은 내가 짊어져야
그것이 나의 길이며 나인 것이다.
5
사랑을 찾기 위해
동숭동 대학로에 갔었다
나의 이상형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어디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지적인 내면을 겸비한 소녀였다
나는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거절당하였다
나는 눈물로 호소하였지만
소녀는 자기의 이상형이 있었고
자기의 길이 있는
자기이고 싶은 소유자였다
내가 나를 부르짖을 때
남도 자기만을 부르짖는
고명한 인격체가 있었다
나는 나이고 싶음에 앞서
남도 나이고 싶어 하는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남의 개성도 사랑하리라.
―이 시는 서정윤님의 [홀로서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쓴 작품으로
3~4번이 부분 같음을 밝혀둔다.
[한국문학작가연합 제6집 발표, 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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