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 1시집=황진이도 아닌 것이 별 2008.07.06 23:28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18.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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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5333154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박가월

       

        1

       

      꽃이 피었다지만 철모르는 꽃이지

      아직 입춘도 오지 않았는데

      한 엿새 봄 날씨 같다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지조 없는 개나리가

      화냥년 가랭이 벌려 주듯

      아무 데서나 피어나면

      처녀들 가슴만 설레다가 상하지

      반딧불을 봐야 별을 대적한다지만

      달 밝은 밤이 흐린 날만 못하지

      영하로 떨어지기만 해봐

      언제 피었냐는 듯 힘 못 쓰고

      쏙 들어가고 말지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2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철이라고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지

      만나면 사랑한다 해놓고

      오늘은 이 여자 내일은 저 여자

      여자가 한둘이 아니여

      내가 알고 있는 여자만도 다섯이여

      양다리 걸치는 것도 한둘이지

      비용이야 남자가 잘 났은께

      여자 측에서 낸다고 치고

      시간을 어떻게 쪼개서 만나는지 모르겠어

      저러다가 전성기 다 놓치고

      이상한 여자 델고 살드라고

      여자가 눈치채면 기분 좋겠어

      이 여자 저 여자 재고 있는 데

      알면 기분 잡쳐서 단념하지

      나 같아도 미련 없이 떠나지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3

            

      죽자 사자 쫓아다닌다고

      일방적으로 혼자 좋아하면 쓰남

      맴이야 자유니께 뭐라고는 못하는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상대가 꼴두 보기 싫다는데

      수백 번을 찍은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거지

      소용 있겠어 제풀에 꺾이겠지

      염불을 해도 소귀에 경읽기인디

      죽쒀서 남 좋은 일 시키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멀리하는데

      약장수 뒷북치다 말 겄지

      염려 붙들어 매놓소

      그 집 사위는 안 될 것잉께

      구술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언제까지 그리 쫓아 다니건남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4 

       

      열길 물 속 깊은 건 알아도

      사람 마음속은 모르는 것이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하지 안남

      며느리를 철썩 같이 믿는 데

      웃음 속에 칼을 들이댄다고

      비수를 품고 있네 그려

      언젠가는 들통나는 법이여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구먼

      시부모를 속이고 언제까지 가건남

      피눈물도 없는 며느리구먼

      죽은 자식만 불쌍하지

      시부모나 살게 놔두지 돈을 빼돌려

      저렇게 하면 죄받는 법인디

      그 돈은 어디다 썼는지야

      그것이야 모르지 서방을 얻는데 썼는지

      서방질을 하는데 썼는지

      본인이 잘 알 것이고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5 

       

      도와주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

      있을 때 아껴 쓰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야지

      눈치코치 없이 아무 때나

      손을 내밀면 쓰것남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디

      서방한테 말하면 안도와 주건남

      소 잃고 외양간 뜯어 내지 않건남

      청천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고만

      같이 만들어 낸 딸도 아니고

      데리고 온 딸자식인데

      딸년이 손내민다고 서방 몰래

      몇 번을 빚 얻어 주면 같이 망하는 것이여

      우선 달다고 곶감 빼먹듯

      힘 안 들이고 살림하는 것이 온전하건남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6

            

      바람이 불어야 배가 간다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건남

      외간 남자하고 여관엘 들어가는 것을 봤대

      남편이 고생해서 돈 벌어다 주면

      애들하고 살림이나 오순도순 할 일이지

      남편이 출근하기 무섭게 정장을 차려입고

      카바레에 나간다잖아

      칼로 물 베기라지만 부부는 남이랑께

      그런 곳에 들락거리는데

      남자들이 가만히 있겠어

      밑져 봤자 본전인께 말 한마디 던져 보고

      반응이 있으면 춤추자 겄지

      그러다 술 먹자 커피 먹자

      자연스레 만나는 거지 나도

      누가 술 사 준다면 갈 맴이 있는디

      우선 꽁자니께

      남편이 눈치채고 미행한다는 소문이여

      붙잡히면 끝장이 나겄지

      갈라지던가 집에 처백혀 살던가

      양단간에 결정이 나는거 아니여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7

            

      안 되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저런 인간을 그냥 놔두니

      세상에 저런 일이 있어 세상 말세지

      제 어미가 행상해서 근근히 목구멍에

      풀칠하고 사는데 돈은 벌어다는 못 줄망정

      홀딱 빼앗아 가 버려 죄받아 죽지

      동네에 후레아들 하나씩은 있다더니만

      한 푼 모디겨 놓으면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뺏는 거야, 안 주면 욕하고

      때리려고 하니 안 주고 못 배기지

      까마귀만도 못한 개망나니지

      자기가 기른 개에 발꿈치 물린다더니

      제 어미 피눈물 나게 해놓고

      죄받지 천벌을 받지 천벌을

      무슨 벼락이 떨어져도 떨어질 것이구먼

      저러다간 오래 못 가지.

       

       

      [월간 문학21 발표 2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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