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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黎明)
박가월
버스가 끊기고 자정을 넘어선 밤
지새고자 한 24시 편의점 앞 파라솔
쪼그려 앉은 의자에 지그시 눈감고
노숙자가 된다 파티에서 늦게 나온 거리
버스는 멈춰서고 사람들은 흩어졌다
인정에 끌려 서둘러 나오지 못하고
가난에 묶인 담보로 지금 가지 못하는
내 못난 자신을 사뭇 질책하며
이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론 갈 수 없는 집
그래, 이왕 마음먹은 거 날 새우자구나
첫차가 올 때까지는 무려 다섯시간
아침 일기예보에 따라 막 비가 내리고
튀어 오른 빗방울에 옷이 젖을까
조금 더 피해 안쪽으로 바싹 붙었다
운신의 폭을 좁힌 비는 지루한 낯선 밤에
동무가 된다 가난해서 비롯된 자리가
실소로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밤
빈 가슴 저편에 하늘은 열리고 있다.
200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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