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님 가신 길목에서 생각합니다 | 作品記錄室 별 2012.06.17 06:22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7.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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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3557973



      님 가신 길목에서 생각합니다

       

                박가월

       

      님 가신 길목에는 파릇한 보리 싹이 자라났습니다.

      보리 싹이 자라나기까지는 언약한 사연들이 있을진저 님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는 무정한 세월!

      기다림에 지나온 세월의 뒤안길은 근심도 무정하게 지나쳐 버린 세월!

      아, 알고 계십니까?

      보리 싹이 돋아나는 길목에서 작별을 고하며 하던 약속을……

      보리는 자라 보리피리 부는 시절입니다.

      보리피리 부는 시절이 오면, 보리피리를 만들어 보내 주겠노라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보리는 자라 보리꽃이 필 무렵입니다.

      보리꽃이 피는 시절이 오면, 한 송이 보리꽃을 보내 주겠노라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보리는 자라 보리알이 영그는 시절이 머지않았습니다.

      보리알이 영그는 시절이 오면, 한송이 보리알을 보내 주겠노라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보리는 여기서도 많으나 님에게서 받을 선물이 소중하기에 보리를 바라보며 때 잃을까 두려움에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가면 소식 전한다기에 하루가 열흘 같은 설움의 나날을 보내며 님 소식 오기만을 고대고대 기다려도 아무런 기별이 없습니까.

      가는 길에 마음이 변하셨습니까.

      아니면 내가 미워졌나요.

      행여나 내가 님 마음을 상하게 하였기에 심통이 나서 이 마음을 애태우려고 고의로 하는 짓은 아니신지요.

      행여 그러하시다면 심중에 품은 설움을 님의 사랑이라고 돌리겠습니다만, 가는 길에 발병이 나서 오도 가도 못하고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십니까.

      님 소식이 없기에 이렇게 마음은 자못 궁금함에 슬퍼집니다.

      보리피리 부는 시절이 오면, 다정한 사랑노래 들려 주겠노라더니 슬픈 노래를 보내 주는 것입니까.

      보리꽃이 피는 시절이 오면, 우리 사랑은 꽃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리 다정해서 보리알같이 사랑은 영글어 간다더니 섭섭한 정만을 보내 주는 것입니까.

      헤어질 때 약속이 우리 사랑을 알리는 소식이라던 보리의 생리를 까맣게 잊고 계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야속한 님께서 이제 다정한 소식이 온다 할지라도 서운한 마음 토라지고 싶습니다만 그래도 한사코 기다려집니다.

      보리피리 꽃피어 시들어 갈 날 머지않았습니다.

      보리알이 영글날 머지않았습니다.

      날마다 님 가신 길목에 나와 하루가 달라지는 보리를 바라보며 약속을 생각합니다.

      못 잊을 약속의 말씀이기에……

       

       

      1976.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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