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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절의 삽화
박가월
1육이오
탱크를 앞세우고
밀고 내려오는 공산군을 막고자
남몰래 아군 호적기가
美湖川 스물두 강다리를
폭파하다 실패하고 사라진 뒤
다시 폭파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마을 사람들은 부리나케
다리를 건너 避難을 떠났다.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을 앞장 세우고
지게에 살림을 한 짐 지고
돼지를 몰고 뒤늦게 피난길에 올랐다.
다리를 향해 재촉하는데
쏜살같이 날아온 호적기에
다리는 두 동강이 나 버렸고
공산군은 마을을 우로 돌아서
남으로 내려갔다.아버지는 마을을 돌며
노란 개똥참외를 따 먹고 있었다.2
사라호 颱風이 휘몰아쳐
집이 날아간다고
밧줄에 돌을 매달아
마을은 온통 지붕을 묶었다.
인정 많은 아버지는
남을 다 도와 주고
집에 막 돌아 왔을 때
힘센 바람을 맞이했다.
지붕은 태풍에 벗겨지고
앞뒤 문짝이 떨어져 나가
바람은 그리로 통과했다.밧줄로 잡아맨 집들은
집채 쓰러지고 날아갔다.3
장마철 洪水에
강둑이 무너진다고
강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대피하여
산중턱에 올라가
물구경을 하고 있었다.
느림보 아버지는
식구들을 데불고 겨우
강둑을 올라섰다.순간, 사고는
산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은 강물에 휩쓸렸다.4
산골 마을로
이사오던 해 겨울
눈이 많이 내렸다.
폭설로 갇히면
굶어 죽는다고 마을
사람들은 눈이 쏟아지는데
마을을 떠났다.
아버지의 판단은
자식들이 어려 피난 가다
죽느니 이왕 죽는거
집에서 같이 죽는다고
식구들을 데불고
밤새도록 집밖을 돌았다.
집 뜰은 길이 나고
하늘은 보였다.
불편은 있었지만
식구들은 모여 있었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한국문학작가연합, 발표,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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