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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래뿅
박가월
흘려 쓴 필체 원고에
한문 벽자가 수두룩하다
앞뒤를 재서 읽지 않고선
알아 볼 수 없는 글씨간혹 뽑아 쓰는 작은 호수의 활자
먼지가 쌓여 보이지 않은 케이스에서
있을만한 곳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가며 더듬어 찾는다
각주(脚註)로 처리되는 활자가
벽자에도 없고 모형에도
없는 字는 쪽字를 구상하고
활자를 쪼개 깎아 맞춰도
쪽자가 불가능한 활자는
字母를 주문한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해도
가로 세로 6.6․15.2cm 상자에
채자한 활자는 네 상자도 채 안되고
드려다 보는 원고와 케이스에
양의 부피는 진전이 없고
눈은 아프고 침침하다
삼십 여년의 숙련된 文選工은
한문에는 자신이 있고
배열된 한문을 채자하는데
타의의 추종을 불어하지만
넌더리하고 진저리친다[아휴! 지겨워, 아휴! 지겨워라
열여드레 만에 앓던 이 뽑았다
고드래뿅……………]
1993.6.23.(제주도 선녀와 나뭇꾼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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