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누나라 불러 달랬던 그 처녀는 | 수필작 별 2014.07.07 05:00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4. 28.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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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라 불러 달랬던 그 처녀는

       

          박가월

       

      소년 시절 조치원 어느 사택에 살적에 친척집 식당을 돕고 있었다. 사택 가내공업에 요꼬기계가 들어오면서 서울에서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일하러 내려왔다. 그 인원들이 사택 작은 방을 얻어 자취를 하며 친척집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눈에 띄게 까불까불한 서울아가씨들도 있었지만 누나가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얼굴도 모르는 처녀였다. 얼굴이 희고 호리호리한 처녀와 얼굴이 검은 편의 통통한 깜상의 처녀가 늦은 점심시간에 식당에 와서 식사를 하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얼굴이 희고 호리호리한 처녀가 나를 보고 동생을 삼고 싶다고 한다. 그동안 나를 유심히 봐왔나보다. 나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깜직한 예쁜 처녀였다. 쑥스럽고 당황하여 머뭇거리는데 깜상처녀가 거들고 일방적으로 동생으로 밀어붙였다.
      누나는 동생이 없단다.
      한 달이 지나도록 튀지 않게 모르고 지냈던 누나들이 그 후로 식당에 오면 부끄럽고 설렜다. 둘은 단짝으로 사택 뒤쪽에서 같은 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하루 저녁은 나를 자취하는 방으로 오라고 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그곳에 갔을 때 누나들은 복숭아밭에 갔다 왔다며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쏘다녀서 옷차림새도 꼬질꼬질하고 발이 지저분하게 때 끼어 안 들어가려고 머뭇거리는데 방을 닦으면 된다고 재촉한다. 들어서니 복숭아를 먹으라고 내놓았다. 나는 그때 복숭아를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서로 먹을 것 있으면 가져다주고 다정하게 지냈다. 일 년 정도 되어 회사는 부도나 일부가 먼저 철수할 때, 누나는 일차로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누나는 가기 전에 주소를 적어달라고 하였다. 나는 글씨체가 맘에 안 들어 형한테서 온 편지 주소를 오려 내 이름을 써서 주었다. 누나는 서울에서 만나자며 주소를 적어줬는데 동대문구 전능동으로 기억한다.
       깜상누나는 두 달 늦게 서울로 올라갔다. 앞쪽 사택으로 방을 옮겨 다른 처녀와 자취를 하게 되었다. 저녁에 그곳으로 놀러갔다. 달 밝은 여름밤에 평상에 앉아 식당에서 가져온 누릉지를 먹으며 풋풋한 울타리의 풀냄새를 맡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누나에게 편지가 안 온다고 하자, 자리 잡느라 바빠서 그럴 거라며 편지가 올 거라고 위안을 주며, 서울로 올라가면 동생이 기다린다고 꼭 편지를 보내라고 말을 한단다.
      그때 깜상누나는 서울 이야기와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별밤에 다정한 이야기를 나눴다. 깜상누나가 마지막으로 서울로 떠나고 편지 올 때를 기다렸지만 편지는 오지 않았고, 나는 적어준 주소를 찾았지만 어디에 처박혔는지 나오지 않았다. 그 후로 청년이 되어 서울에 올라와 만나고 싶은 누나들었지만 연락할 길이 없어 무작정 전능동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주소도 없이 무모한 짓으로 그리움을 달랬던 소년시절의 묻어두었던 추억 한토막이다.

       


      20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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