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삶 그리고 허무] 그 내면 view 발행 | 詩의 산책 별 2012.10.24 18:19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3.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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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6140406



      [삶 그리고 허무] 그 내면

       

                     박가월

       

       

      T.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신비한 생명으로 봄이 오는 벅찬 감정을, 추억과 욕정이 뒤섞어 오는 계절이라고 했다. 잎도 없는 삭막한 겨울을 지나서 오는 봄을 <죽은 땅/잔인한 달>로 역설적으로 기쁘게 맞이함을 억압에서 해방된 것처럼 감동으로 맞이한다.

       

      사월은 자인한 달

      죽은 땅에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운다

       

      시인은 사물 하나를 놓고 표현하는 방법이 그림물감 색깔보다 더 다양하다. 표현에 따라 시의 생명력은 판단된다. 강한 인상을 독자에게 심어주는 것이 자기를 알리는 수단으로써 좋은 계기가 된다. 시의 주제는 같아도 같은 시가 탄생하지 않으므로 수많은 시를 쓰고 쏟아내는 줄도 모른다. 한 시인이 같은 주제를 놓고 시를 써도 상황에 따라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감성적인 생각이다.

      김종분 시인의 [삶 그리고 허무]의 시는 타이틀 그대로 삶에서 축적된 인생의 고락이다. 사랑 끝에 오는 공활한 곳에서 삶의 편린들을 수습하는 과정을 노래한 시이다.

       

      어둠이 욕망을 뒤덮는 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은 떠나가나 보다

      고통의 베개를 베고 누운

      당신 곁에 살며시 내 몸을 포갠다

       

      오직 그만을 향해 흘려온 눈물이

      먼 하늘을 돌아온 새처럼

      황량한 들판의 꽃이 되어

      기나긴 여정을 향기로 품어낸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

      살아가야 할 시간도 많지 않은 우리

      사랑해야 하는데

      살아가야하는데

       

      삶이란 부질없이 벌버둥 치다가

      어느 날 이른 새벽

      예고 없이 멈춰버린 시계추처럼

      그냥 그렇게 끝나버리는 것을

       

                  김종분 [삶 그리고 허무]-전문

       

      위 엘리엇 시에서 밝혀 듯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시는 기억과 현실이 복합되어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다. 시는 현재의 진행과정에서 과거를 뒤돌아보고 시를 쓰는 수순이다. 미래의 시를 써도 미래를 갔다 와서 쓰는 것은 아니다. 현재에서 바라보고 과거와 현재에서 축적된 생각을 시로 쓰는 것이다. 서 있는 현재가 아니면 지탱할 수 없는 것이 미래이다.

       

      어둠이 욕망을 뒤덮는 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은 떠나가나 보다

      고통의 베개를 베고 누운

      당신 곁에 살며시 내 몸을 포갠다

       

      1연은 어떤 사물에 집착하였다가 욕망이 사그라지는 의미에서의 표현을 했다. 타오르는 불꽃이 요란하게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면서 서서히 자자드는 것처럼 세상이 떠나가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 시의 배경은 가정으로 끌어들이고 싶다. 계기에 의해 의욕을 잃은 사람의 고통을 감싸주는 것은 내조자의 배려이다. 지친 삶에 괴로워하는 사람을 위해 위로의 말 한마디 따듯하게 건네주며 포옹이라도 해주면 내일을 기쁘게 맞이할 것이다. 오직 그 사람을 향한 길은 먼 길이라도 돌아가서 헌신으로 지키고자 노력한다. 가정의 화목을 지키기 위해 괴로움을 견딘다. 이것이 삶이다. 1,2연이 삶이라면 3,4연은 허무에 들어서는 과정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

      살아가야 할 시간도 많지 않은 우리

      사랑해야 하는데

      살아가야하는데

       

      삶이란 욕심을 갖고 산다. 긴 세월 반복되는 굴레에 타성이 되어버린 생활을 뒤돌아 볼 때 무의미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사랑해야 하는데/살아가야 하는데>의 구절은 의욕적인 동시에 애절하다.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것을 반복어로서 강조하는 어법을 끌어드렸다. 열심히 돌봐주고 가정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힘이 들고 벅찬 삶에 3연에서는 허무가 조금 들어앉은 인상이지만 아직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은 우리>는 호소력을 가졌다. 열심히 살다가 인생은 병들거나 늙으면 끝인 것을 안달하며 산다는 것은 허무일 수도 있다. 열심히 살다가 갑자기 올 줄 모른 불행, 어느 날 예고 없이 시계추처럼 멈춰버린 인생, 발버둥거리며 살았는데 떠나가는 허무함을 말하고자 했다.

       

      삶이란 부질없이 발버둥치다가

      어느 날 이른 새벽

      예고 없이 시계추처럼

      그냥 그렇게 끝나버리는 것을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生과 死 사이에서 방황한다. 평자는 사춘기에 죽는다는 것에 고민의 딜레마에 빠져 회의를 겪은 적이 있다. 죽는데 왜 태어났는가! 알베르 까뮈는 <죽음이 또 다른 길로 인도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 문은 닫히면 그만이라고 믿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죽으면 부활이나 윤회를 믿지 않고 있다. 평자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용문을 보고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김종분 시인의 ?삶 그리고 허무?의 시는 흐름과 표현하고자 한 구성이 잘 이루어졌다. 「삶」은 살아있음이고, 「부질없음」은 상실감을 내포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이 부분을 <삶이란 부질없이 …>을 <삶이란 부질없이 흔들리다가>로 고쳤으면 하는 생각이고, 현실에서는 허무하드래도 욕망으로 발버둥치다가 시계추처럼 멈춰서는 삶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는 작품을 독자에게 읽히는 과정에 있어 진실이든 과장이든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진지하게 전달되면 시인의 임무는 끝이다. 시 한편에 시인의 내면을 드려다 보았지만 시인의 내면세계를 읽을 수는 없다. 평자의 판단이지 시를 쓴 시인의 의도와는 상반된 의견일 수 있다. 시인의 내면세계를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인이 쓴 의도는 이런데 평자의 눈에 비친 시의 내용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종종 보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인의 교묘한 이중 잣대를 등장시킨 의도의 시도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 쓴 시와 평자의 해석이 일치한다면 좋은 결과이지만 의도와는 다른 경우는 반론의 여지가 항상 남아 있다. T.S. 엘리엇 「황무지」의 인용 부분과 전체의 내용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일러둔다.

      이 한편의 시가 평자의 마음을 조용히 흔들었다. 평을 할 때 선택하는 시가 좋아야 한다. 이 시를 좋은 기쁨을 가지고 접근했다.

       

       

      2006.5.1.

       

        한강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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