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수필) 나는 이런 친구가 있다 | 발표작 별 2013.06.12 04:59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1.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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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2042053



       

      나는 이런 친구가 있다

       

                박가월

       

      내가 편리한 대로 움직이는 친구가 있다.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내가 더 많이 이용을 한다. 나는 전화도 잘 안 하지만 친구는 전화도 잘 한다. 친구가 갈데없을 때 전화를 한다지만 참 자주한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집에 있으니 어디론가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친구는 교회를 갔다 와서 커피 한잔 하자고 전화를 했다. 나는 귀찮고 움직이기 싫으면 거절을 하지만 내가 필요하여 군말 없이 나갔다.

      “돼지 껍데기에다 쐬주 한잔 사.”

      “나 돈 없어, 머리도 못 깎는 거 봐!”

      친구는 비싼 것을 바라지 않는다. 만나면 일상적으로 던지는 말이다.

      다른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면 거절하지 못하고 한턱을 넉넉하게는 못 쏴도 쏘는데 이 친구에게 만큼은 거절도 하고 궁색을 떤다. 친구한테는 떳떳하게 마음 놓고 술을 사 본 적이 없다. 친구는 없이 살아도 잘 쏜다. 나한테만 그렇게 하리하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만나서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자, 오후의 해거름에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가고 싶다는 바다로 차를 몬다. 친구는 바람 쐬러가고 싶을 땐 나를 불러내어 차를 타라 해놓고 가고 싶은 곳을 곧잘 가곤 한다. 우리는 가까운, 파도가 넘실대는 오이도 선착장에서 만조가 된 바다를 바라보며 새로 증축하여 생긴 선착장까지 걸었다. 사진 찍는 젊은이들을 보며,

      “재미 좋구먼, 이것도 한 때지.”

      “그래, 우리 나이 돼 봐라. 재미없이 우리 꼴이 될 거야.”

      노을 드는 선착장을 빠져 나와 우리는 어시장으로 갔다. 친구는 삼만 오천 원 짜라 농어를 잡는다. 나는 비싼 것을 반대하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잡아끌어도 오랜만에 먹는다고 좋게 먹자고 했다.

      친구는 항상 베풀지만 나는 친구에게 이만 원이 넘게 써 본 적이 없다. 내가 싫으면 나오라고 해도 안 나간다. 속이 없는 친구는 아닌데 그래도 며칠이 안 지나서 또 전화를 한다. 그리고 내가 나오라면 언제나 불만 없이 나오는 편한 친구다.

      우리는 마음을 터놓고 가정일 까지 이야기한다. 깊이까지 이야기하는 친구는 유일하게 이 친구이다. 언제부턴가 친구는 속에 있는 말까지 다 털어놓으면서 우정은 깊어졌다. 직장에서 만나 20년이 넘은 벗이다. 유일하게 큰 이득을 내가 보는 친구다.

      물질적인 것은 아니어도 귀찮아하지 않고 다 받아준다. 친구가 불행할 때 마음을 열어주고 서로 충고도 해주고 받는 유일한 친구이다.

      친구는 안 해 본 일이 없다. 잡부에서, 꽃게 잡이 배도 타고, 오토바이 퀵서비스도 하고 밑바닥 인생은 다 거쳐 지금은 봉고차에 생선 장사를 한다.

      친구는 직장을 그만둔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에서 살다 어떻게 흘러 5년 전에 인천으로 이사와 더 자주 만난다. 친구가 또 이사를 가지만 20여 년간 이어왔듯 우리는 필요에 의해 우정은 이어질 것이다.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 발표 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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