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친구야, 우렁이 잡으러 가자 | 수필작 별 2012.06.23 05:00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7.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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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야, 우렁이 잡으러 가자

       

                     박가월

       

       

      옛날이야기 같지 않은가. 요즘 우렁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두 시간에 한 바께스(양동이)를 잡는다니 구미와 호기심이 더욱 발동하였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우리는 친구를 믿기에 도심을 벗어나 토요일 오후에 다섯 명이 갑자기 릴레이 형식으로 연락하여 떠났다. 평촌에 사는 친구가 수원 친구한테 연락하고 수원 친구가 나한테 연락하고 내가 부평에 사는 친구한테 연락하고 그 친구가 송내에 사는 친구한테 다단계식으로 연락하여 시간 나는 친구끼리 가게 된 것이다.

      처음 우렁이 잡으러 가자고 한 친구는 반월공단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데 그 주변에 사는 직원의 소개로 3년 전부터 혼자서 우렁이를 잡으러 다녔다고 한다. 우렁이의 쫄깃한 맛의 추억도 있고 또 우렁이의 질 좋은 영양가가 있어서 다니게 되었다지만 무엇보다 친구 부부가 부모를 공경하는 효행심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있고 보면 미루어 짐작하건대 어머니가 좋아해서 다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수원 친구가 평촌으로 가서 그 친구를 태우고 먹을 것을 준비해 가지고 오기로 했다. 송내 친구는 혼자 낚시하러 가려다가 동참하여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해 부평 친구와 나와 세 명이 송내에서 만나 약속장소 매송 나들목에는 4시 정각에 다섯 명이 모였다. 차 두 대로 길을 아는 친구가 앞장섰다. 동네 이름이야 있겠지만 우리는 동네 이름도 모르고 쫓아갔다. 동네 이름을 물어봤지만 자기만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알고도 모르는 것인지 몰라서 모르는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매송 나들목에서 30분을 더 들어갔는데 들녘은 넓었으나 겨우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새마을운동시절에 길을 닦아 차가 들어가게 되었지 않나싶다. 작은 동네 한 가운데로 지나가는 길이라 아는 사람 외는 천혜의 지역 같은 베일에 가려진 곳이었다. 동네의 길도 좁아 차가 마주쳤는데 비겨 설 때가 마땅치 않아 차에 탄 우리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동네를 벗어나 지나가다가 비포장 길로 들어서 구르마가 지나가고 경운기나 지나갔을 법한 울퉁불퉁하게 패인 흙길을 마차가 지나면 덜커덩 덜커덩거렸을 길을 10분을 들어가 논과 논 사이의 공간에 차를 비켜 세우고 막걸리에 고기를 구어서 새참을 했다. 농촌에서 자란 친구들이라 객지로 떠나고 나서 우렁이를 지금 보는 친구도 있었고 본적이 다들 오래되었다. 우렁이를 보고픈 친구는 마음이 급해 조그만 물 빠진 도랑에 우렁이 있다고 설레는 마음으로 잡아 가지고 온다. 우렁이가 많이 있음을 짐작해 했다.

      이 지역은 안산이 가까운 농촌벌이다. 낚시꾼들은 간혹 멀리 보였는데 우렁이 잡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평촌 친구는 자주 다녀 축적된 경험을 살려 단단히 준비를 해 가지고 왔다. 장애물을 대비해 긴팔 달린 남방과 긴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 수초를 헤치며 손으로 더듬는다. 수로라서 우렁이를 잡으려면 허리까지 차는 물속에 들어가 더듬기 때문에 목까지 물이 차기가 일수였다. 요즘은 농약을 안 쓰는 농토가 늘어나면서 고기도 많고 우렁이도 늘어난다고 한다. 장마철이라 물이 불어 평소보다 깊어 더듬기가 힘들다고 친구가 말한다.

      우리는 구경도 하고 친구가 고생한다고 막걸리를 가지고 다니며 딸아 주고 같이 먹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지만 맞을 만했다. 오래 간만에 농촌 바람을 쐬니 옛날에 시골에서 살던 감정들이 되살아나 포근한 기분이었다. 송내 친구도 대충 준비하여 거들고 2시간이 안 되어 한 양동이에 넘치게 잡았다.

      여름날의 오후 7시인데도 날씨가 흐려 어둠이 내리고 있어 그만 잡기로 하고 나오는데 평촌 친구는 저녁에 많이 나온다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아쉬워한다. 솔직히 철수할 때에는 손이 들어가면 두 마리씩 건져 올렸다. 야행성인지 밤에는 우렁이 물가로 나온다고 한다. 우렁이를 잡은 친구 둘은 수로에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끓여온 물에 커피를 한 잔씩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기업을 경영하는 평촌 친구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우렁이를 잡자고 친구들을 불러놓고 깨끗하지도 않은 물속에 스스로 들어가 수초를 헤치며 열심히 잡는 모습은 성공의 비결을 보는 것 같았다. 정말 우렁이를 두 시간이면 한 양동이를 잡는다는 진실을 보여줬다. 아름다운 정신에 소박한 면이 있고 우의와 우정을 아는 친구이다. 직장에 다니는 우리는 좇아만 다녔지 물속은커녕 우산 쓰고 술이나 먹고 장난이나 하고 진지함도 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실천하는 진실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자기 일을 완수하고자 하는 모습은 성공하지 않을 수 없는 원동력이었다.

      철수하면서 수원 친구와 평촌 친구는 서로 자기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다투는 모습에 우리는 흐뭇한 마음으로 둘이 차타고 가면서 싸우라 맡겼더니 결정은 수원 친구집으로 가기로 합의를 봤다. 친구집에서 저녁을 대접받고 우렁이도 삶아서 초고추장을 해서 술안주까지 했다. 사양을 해도 평촌 친구는 자기를 뺀 친구들에게 귀한 거라고 우렁이를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는다.

      친구집에서 나오며 평촌 친구는 가는 길이라고 자기 집에서 차 한 잔 하고가야 된다고 이끌어 거절하지 못하고 차를 몰고 그리로 또 옮겨서 앉으니 술이 따라 나오고 시간은 흘러 송내 친구가 집 앞까지 데려다 준 것은 새벽 두 시였다. 친구를 만나면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 친구들의 노력하는 우정이 아름답고 보기가 좋아 더욱 고마웠다.

       

       

      [시사문단 발표 2003/12]

       

       

      2003.7.13.

       

      인천: 이야기가 있는 동소정길(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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