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문학바탕 산행기 | 수필작 떠돌이별 2013.01.11 20:16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2.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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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바탕 산행기

       

            박가월


      2005년 4월 24일. 날씨가 좋았다.

         문학바탕 산악회 발기(發起) 날이다. [낙성대의 만남을 잊지 못하지/그대가 오고 가월이 오고/문학이 오고 바탕이 오고/…]. 가월은 나오면서 곽혜란 시인님께 문자를 보냈다. 잊지 않고 오는가, 일종의 확인문자였다. 곽혜란 시인님의 문자가 금방 날라 온다. [하늘이 오고/산도 오고/곽혜란도 오고/하하…]. 산행을 하기로 한 작가들님께 전화를 하고 마상렬 시인님께 [생일 축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에 생일을 축하합니다.-가월]. 가월이 노래를 안 불러주면 누가 불려주랴. 문자로 생일축하 노래를 보낸 것도 처음이다. 오는 길에 김혜숙 작가님을 만나서 같이 도착했다.

      늦지 않게 왔는데 앞서 오영희 작가님, 박천서 시인님이 먼저 와서 싸온 커피를 나누고 있었다. 끼어들어 같이 나누고 있는데 마상렬 시인님이 묵직하게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오늘의 산행 음식을 책임지기로 했다. 남자로써 없는 재료 가지고 주섬주섬 음식을 잘 만든다. 마시인님의 요리를 먹어본 사람들은 또 먹고 싶어 한다. 거두절미 잘한다. 직접 졸라서 먹어보라. 곽혜란 시인님이 마지막으로 [문학바탕 산악회]라는 깃발을 들고 나타났다. 약속을 하고 갑자기 일이 생긴 세분은 못 왔다.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문학바탕 5월호에 등단한 박시랑 시인님이 교회 예배일로 산행은 함께 하지 못하지만 뒤풀이엔 꼭 참석하겠다고 전화를 주었다. 여섯 명의 우리 문학바탕 산악회 일행은 마을을 가로질러 산으로 향해 올랐다.

      산을 오르는 길에는 서울 사람들이 모두 관악산에 오는지 장사진을 이룬다. 산으로 접어들자마자 진달래, 벚꽃이 지고 피고 있었다. 제2의 꽃들이 몽우리를 앞세우고 피어나기 시작하고, 우리 허리만한 키에 하얀 싸리꽃이 활짝 펴 등산로가 무척 화려했다. 모든 나무의 잎들이 조금씩 나와 있어 산이 제법 푸르른 빛이다. 도심에서는 밟아보기 힘든 황톳길을 밟아보는 느낌이 감회가 새로웠다.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진달래꽃은 아래와는 달리 지금 한창이었다. [자연은 결코 인간을 배반하지 않는다. 배반하는 것은 우리들이다.]라는 명언을 실감하며 자연이 주는 고마움에 감사한다.

      힘이 부치다 싶어 땀을 식힐 겸 바위에 걸터앉았다. 오영희 작가님, 김혜숙 작가님이 취향에 따라 온 커피 냉커피를 만들어 주셔서 고마움을 피력하며 기쁘고 맛있게 마셨다. 산에서 마시는 커피는 산에 진미였다. 2시간 여 만에 관악산 정산(629m)에 올랐다. 인절미로 요기를 간단히 하고 기념촬영을 하였다. 올라오면서도 사진(디지털카메라)을 찍었지만 정상만 하겠는가. 정상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만도 세상이 다 내 것이었다. 사방으로 확 트여 눈에 들어오는 남산타워, 여의도 63빌딩, 안양, 과천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인천 앞바다가 보이고 광화문 네거리와 청와대 청기와도 보인다. 천혜의 요새지역이다.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왕위을 물려주고 관악산에서 왕궁을 바라보며 세월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가월이 광화문 네거리를 목격했으니 믿을만한 정보이다.

      우리는 관악산 정상에서 깎아지른 절벽의 연주대를 뒤로하고 능선을 타고 연주암을 지나 팔봉으로 향해 가다가 불성사의 절에 잠시 머물러 두레박으로 우물을 퍼 올려 물을 마시고 절에 핀 꽃들을 감상하며 아래로 내려오다 계곡물이 흐르는 돌 위에 자리 잡고 발을 담그며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여기에서 막걸리를 한잔씩하며 중지를 모아 만장일치로 산악회장으로 박천서 시인님을, 총무로 김혜숙 작가님을 박수로 선출하였다. 앞으로 잘 이끌어 주기 바라는 부탁과 격려의 박수, 그리고 함께 건배를 하였다.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무너미고개로 내려왔다. 무너미고개의 이름에 유래가 있는데,  오영희 작가님의 전언에 의하면 일제시대 때 장맛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동네사람들이 이 고개를 바라보니 산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하여 그렇게 불러졌다고 한다.

      관악산 입구(신림동)로 내려오면서 마상렬 시인님이 지난 식목일에 관악산에 홍매화를 심어놓은 곳에 눈도장을 찍고 호수공원을 지나 벚꽃공원에 들어섰다. 바람에 휘날리며 떨어지는 꽃잎들과 땅에 떨어져 누운 꽃잎들, 물 위에 떠 있는 꽃잎들은 자수로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는 말조차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장관이었다. 모두 감탄사 연발!

      오래전부터 아지트로 자주 만나는 호프집에서 뒤풀이를 하였다. 문학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논하는 곳, 한번 와보시라, 대학가라서 일단은 싸다! 그리고 친절하다. 일행은 생맥주 3천cc를 시켜 놓고 한잔씩 마시며 갈증을 해소시킬 즈음, 박시랑 시인님이 오고 어느새 케이크가 준비되어 촛불을 켜니 호프집에서 마련한 생일축하 팡파레가 울려 펴지고 호프집에 모인 많은 손님들은 노래를 같이 불러주고 우레와 같은 축하의 박수를 보내줬다. 마시인님은 감사하다고 일어서서 인사를 하며 케이크를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고, 3천cc의 생맥주가 몇 개가 더 나오고 우리는 문학하는데 있어서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관악산 산행은 마상렬 시인님의 생일과 곁들여 더욱 즐겁고 기뻤다. 우리는 다음을 약속하였다.

       

       

      200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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