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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배獨杯를 마신다 / 박가월 가을이 열애 중이다 붉게 달아오른 자유공원 몸을 불사르고 있다 뚝뚝 붉은 살점을 떨어낼수록 초라하게 서 있는 나목 저렇게 사랑을 불태워본 적이 있는가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그 시절 젊음을 다시 찾게 해다오 목숨을 불살아 버릴 순간을 기다리는 나는, 절벽 낙화암에서 집단 자살한 삼천궁녀의 절규가 그립다 발정이 멈춘 가을날 비극도 때로는 아름다워라 나는 아름다움이 서러워 독배獨杯를 마신다 네 사랑은 가고 없는 쓸쓸한 공원 모퉁이에서 뒹구는 나뭇잎에 휩쓸러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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