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한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시집| 2시집=한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 별 2012.07.09 05:00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4.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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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6140179



      2011년 10월 20일 출간

       

       

      <서평>

       

      넘치는 개성, 시적 개그(Gag)

       

      이향숙 시인 (한국문학작가연합)

       

      시의 소재 가운데 비교적 흔하게 사용되는 것이 정서적 세계이다. 서정시의 본질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써 표출하는데 있다. 시인의 감정은 추상적이거나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라 시인이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가 쉽다. 시인들은 다양한 경험들을 잠재의식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가슴에 불붙는 열정으로 그 경험들을 한 올 한 올 정성들여 뽑아내어 시로 승화시킨다.

      또한 시인들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시인만의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개성이 넘치는 필체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시인들이 많다. 그 중 박가월 시인의 시를 보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면서도 자신만의 시세계를 추구한다. 서정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서정시들도 다른 시인들이 그려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서슴지 않고 그려내고 있다.

      또한 詩로도 사람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박가월 시인으로부터 알았다. <황진이도 아닌 것이> 첫 시집에는 개그적인 소재가 많다. 두 번째 시집에도 예외는 아니다. 개그적인 詩라서 품질이 저속하다거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생하게 전달이 된다. 시를 읽다가도 웃을 수 있는 창조적인 끼를 시인은 여과 없이 발산한다.

      첫 시집에 들어 있는 시를 몇 편 살펴보자.

       

      네 년이 황진이도 아닌 것이

      내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이리도 몰랐던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여인아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곡두

      네 년이 무엇이관데.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냐

      황진이가 있은들 무슨 소용 있으랴

      보고 싶은 미운 년.

      ― <황진이도 아닌 것이> 전문

       

      시의 제목부터 마음을 끈다. 역설적이다. 보고 싶은데 왜 미운 년인가. 기가 막힌 발상에 웃음이 나온다.

       

      방정을 떨다가

      어깨에 똥까지

      싸놓고 빌면서

      처먹어도

      빌어 처먹는 놈

      에이익 맛 좀 봐라

       

      딱!

      ― <파리> 부분

       

      대부분의 시에는 웃음이 없다. 교과서식으로 분위기가 딱딱하다. 박가월 시인만은 읽는 독자들을 분위기에 젖게 하고 실감나게 하는 파리와 인간의 밀접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묘사가 정확하다.

       

      글쎄, 풋풋한 얄궂은 냄새 알쏭한대!

      그것이 밤꽃 냄새라우,

      과부들이 환장하는 냄새라우,

      밤에 창문으로 스며드는

      밤꽃 냄새를 맡으면

      과부들이 미치고 팔딱 뛴다우,

      바로 男女가 짓거리할 때 나는 냄새라우,

      ― <밤꽃> 부분

       

      예의를 갖춘 시는 공감은 하지만 독자를 웃길 수 없다. 간혹 흐트러진 모습도 보여줘야 삶의 진한 맛도 나고 양념 같은 역할에 하늘도 한번 쳐다보게 된다.

       

      이 사람 술도 없이 뭣하고 앉았는가

      뭐 이리 급한가 張가놈 기다렸지

      李가야 金여사 앞에서 이놈이놈 할래

      張가놈한테 張가놈하는데 새삼스리

      우리 사이에 뭐 그리 가릴 게 있나

      金여사도 우릴 이십 해를 지켜봤는데

      한두 해도 아니고 이 사람아

      그냥 지내세 그게 더 다정하이

      술이나 시킴세 金여사가 비웃네 그려

      ― <張가야 李가야> 부분

       

      시 속에 살아가는 모습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서민들의 삶이 힘들고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밖에도 <첫눈>, <벚꽃, 지다>, <너나들이>, <새의 봄> 등이 있다. 필자는 이런 시를 시적표현이 독자들을 심오하게 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웃음이 터지는 시를 사실성 개그시라고 정의한다.

       

      두 번째 시집<한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에서는 자유, 사랑, 향기, 자연 등 소멸되는 세계를 형상화하기도 하고 표면적으로 사실을 재현하기도 한다.

       

      도시의 남자는 외롭다

      갈 곳을 잃고 거리를 방황한다

      오라는데 없고 갈 곳도 없는

      남자는 도시에 설 수 없다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든

      카메라 출입전자카드가 감시하고

      자유로운 행동도 제약받아

      사람들은 말 한마디 없다

      ― <도시의 남자> 부분

       

      박가월 시인은 전달하고 싶은 관념이나 실제 체험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낮출 대로 낮추어서 시 속의 화자가 비탄하고 적대적인 세계와의 대립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자유로움을 제약받고 있는 화자더러 긍정적으로 살라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는다. 문제를 덮어두지 않고 비탄, 절망, 허무의 노래를 불러야 자아 인식을 찾고, 시가 무엇인지 왜 소중한지 재인식하게 하는 시이다.

      다른 시인들은 현실의 문제를 세련되게 혹은 이미지화해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박가월 시인은 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도시의 남자’를 통해 현실에 부딪힌 보편적인 문제를 질타하고 있다. 어떤 자격이 있어야 빌딩을 들락거릴 수 있고, 감시카메라가 화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도 항거할 수 없다. 도시의 남자들은 정말 피곤하고 고독한 존재다. 가장이라는 책임아래에 구성원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매장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박가월 시인은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면서도 그걸 극복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회로 그려졌다. 그것은 가라앉을 줄 모르는 물질 만능주의에 병들어가는 세태 속에서 ‘희망’이라는 날개가 없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필자는 화자의 슬프고 고독한 정서가 행복으로 승화시키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잠자리에서도 어머니의 냄새를 맡아야만 잠이 들곤 하던 어린 시절이 내 나이 而立넘어서도 어머니의 젖가슴에 묻혀 애집하던 찝쯜한 그 맛이 지금도 향기로 다가옵니다.

      ― <어머니의 향기> 부분

       

      어머니는 모든 이의 고향이다. 근엄한 아버지보다 따뜻하고 아늑하고 자식의 허물을 그 넓은 품으로 덮어주고 주린 배를 든든하게 해 주셨던 어머니의 젖가슴이 유년기의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다 커서도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져야 잠이 들었던 필자도 공감이 가는 시이다. 형제가 많았던 탓에 먼저 어머니를 차지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를 수없이 한 기억과 그걸 바라본 어머니의 미소는 아직도 생생하다.

      이 시는 20년 전쯤에 쓴 시로 추정된다. 현재 박가월 시인은 知天命이 넘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어머니의 향기는 변치 않고 여느 어머니처럼 박가월 시인을 따뜻하게 맞아준다. 화자는 어머니 품에 안겨 젖 먹던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한 포만감을 누리게 되었는데 그 유년시절의 추억이 而立이 넘어서도 아니 언제까지나 자꾸 찾고픈 향기인가 보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풍요로움의 상징인데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어머니의 아늑하고 따뜻한 품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 심상이 현재까지도 어머니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게 되나보다. 이 시집 뒷부분의 <괴산 질마재 고개 너머>라는 연작시를 보면 어머니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

       

      잔설이 잊혀져 가는 애인의 기억처럼 아스라이 산등성이에 남았다 그 시절이 희끗희끗 아련한 추억 속으로 밀어져 간다 수없이 계절은 바뀌어도 그대를 잊지 못할 것 같은 냉혹한 현실도 봄 눈 녹아 흐르는 물처럼 세월은 가고, 햇볕이 머문 담벼락에 졸고 있는 노란 병아리의 봄꿈인 양 추억은 내 머리에 잔설로 앉았다.

      ― <잔설> 전문

       

      이 시는 산문처럼 쓰인 시이다. 시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경하게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하나의 직유나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애인의 기억처럼/흐르는 물처럼/-직유법으로 표현했고,/추억은 잔설로 앉았다/-부분은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화자는 추억만 붙잡고 있기에는 현실 앞에선 무모한 일이기에 산등성이의 잔설을 보면서 현실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를 취한다. 잔설은 오래도록 녹지 않고 흙과 한 몸이 되어 굳어진 마음이다 추억이다 역사인 것이다. 젊은 날의 추억을 잔잔히 회상하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작품이다. 잃어버린 꿈이나 사랑 같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슬프지만 아프지만 담담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잔설은 찬바람이 머무는 곳에만 있다. 누구의 발길이 닿지 않고 따뜻한 햇볕도 닿지 않는 곳에 잔설은 외롭게 아주 천천히 세월을 느끼고 있다. 산등성이는 누구의 발길이 쉬 닿지 않은 곳이다. 또한 높아서 대기가 차기 때문에 눈이 녹지 않아 잔설이 남아있다. 잔설로 앉은 머리, 어느 정도 삶을 달관한 시인은 외롭다.

      이처럼 시인은 시어를 과하지 않게 적절하게 은유하여 시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나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정말

      나보고 얘기해

      ………!

      ― <사랑은 어린애 같아라> 부분

       

      시는 장황하게 진술을 늘어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앞에서 말한바 있다. 이 시는 그런 점을 실증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시의 길이가 짧고 언어가 간결하다. 표현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부분들은 미련 없이 삭제하여 시인이 의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시는 가능한 표현을 절제하고 언어를 단순화 시켰는데도 시의 맛이 살아있다.

      시인은 ‘사랑’을 소재로 한 시를 즐기는듯하다. 이번 시집에서는 유독 ‘사랑, 그리움, 이별’ 등 시인의 서정적인 시향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시가 많다. 위 시도 사랑을 하게 되면 어린아이처럼 자꾸 보채게 되는 마음을 대화체로 보여주고 있다. 어린아이가 소꿉장난 하듯이 귀엽고 앙증맞게 다가온다. 위 시를 읽으면 해 맑게 웃는 시인의 얼굴이 오버랩 된다.

      순수한 마음끼리는 통하는 것이 사랑인데 박가월 시인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사랑을 하면 나이를 먹지 않는가 보다. 두 번째 시집인 이 시집에서도 <사랑은 어린애 같아라>와 같이 개그 소재를 다루고 있다.

       

      형아, 장가 안가?

      형아가 장가가야 나도 가지.

      쪼그만 놈이 벌써 장가냐,

      형아 닮아서 장가는 일찍 가고 싶구나?

      응, 형아 닮았나봐.

      색시는 있냐?

      없어, 없지만 웃말 금순이

      누나를 좋아해.

      자식, 그것도 형아 닮았네.

      ― <동수 이야기> 부분

       

      이 녀석이 간밤에 그런 것을 보았는지

      아버지와 엄마가 하던 사랑을 흉내낸다

      남 다 자는 밤에 은밀히 하던 사랑을

      분명 잠에서 깨어나 숨죽이고 보고서

      낮에 소꿉놀이에 동무한테 써먹는 것이다

      ― <간밤에 그런 것을 보고>

       

      어렸을 적에 농경사회에서 자식들을 많이 낳고 좁은 방에 대가족을 이루고 살 때 특히 밤에 지그재그로 잤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유년시절 생활모습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자식이지만 부모가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무서워 숨죽이고 목격한 지금의 어른들은 많을 것이다. 위 시를 읽고 그 시절을 떠오르니 수줍게 얼굴이 붉어진다.

       

      휴대폰 음악은 그녀였다

       

      가장 좋아했던

      그녀가

      튕기더니 별일이야

      전화까지 먼저하고

       

      철드니 나만한 놈 없겠지

      제까짓 게.

      ― <그녀가> 전문

       

      현대에 살면서 지금은 휴대폰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박가월 시인은 끼가 많은 시인이다. 이런 발상을 과감하게 끌어내어 익살맞게 딱 부러지게 빚어내는 솜씨가 재치 있게 구수한 글을 그려내고 있다. 이것이 개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박가월 시인의 시 소재는 참으로 다양하고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소재들을 경계없이 넘나드는 것에 독자들은 놀라고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듯해서 통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아름다움 쏟아 붓는/ 반란//

      화려함이 내던져진/ 자폭//

      이른 봄 떠나보낸/청상//

      꽃 지던 날 소임 마친/잉태

      ― <낙화> 전문

       

      시를 아무렇게나 쓰지 않았으며, 1연, 2연과 3연, 4연이 대응되고, 길고 짧은 줄이 적절하게 배열되도록 하는데 유의했다. 시 전체가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미지란 우리말로 심상이라고 한다. 심상이란 원래 심리학에서 쓰이던 말로써, “상상력에 의하여 구체적인 情景을 마음속에 그리는 일” 또는 “이전에 감각에 의하여 얻어졌던 것이 마음속에서 재생한 것”으로 정의된다. 프레밍거가 편집한『시학사전』에서는 이미지를 “신체의 지각작용에 의해 생산된 감각의 마음 속 재생”으로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이 시의 이미지는 시인의 상상력에 힘입어 독특한 모양으로 재구성 되었다. 시인의 상상력이 다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경구 시에서 참다운 이미지의 창출은 시인과 독자의 상상력이 긴밀히 조우하는데서 가능한 것이다.

      화자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 시는 말하는 시가 아니라 보여주는 시다. 시각적 이미지를 많이 나타내고 있다.

      꽃이 피기 전의 새순은 너무 여리고 애처롭다. 옹이에서 꽃가지를 틔우는 희생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반란으로 비춰진다. 그 반란이 끝난 뒤 화려함에 온 세상이 눈부시다. 그 눈부신 중간에 벌써 이별을 준비하는 꽃도 있다. 그 꽃이 지고나면 결과물인 열매가 또 다른 삶을 시도한다.

      어쩌면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인간의 삶’을 표현하지 않았나 한다.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보내고, 꿈 많은 사춘기를 보내고, 열정이 넘치는 청년기를 보내고, 여유로운 중년의 문턱을 넘어서서 뒤돌아보니 자식들이 또 다른 나를 닮아가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울었을까

      멀리 있어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마음에

      전화통화는 물론 문자도 보내고 편지도 쓰는데

      사랑의 갈증을 풀 수가 없는 것인가

      ― <애인> 부분

       

      시인의 심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수식적 표현이 지나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언어로 수식하지 않아도 솔직하고 순수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화자의 심상에 믿음이 간다. 주어도 더 주고 싶은 것이 사랑이고 받아도 더 받고 싶은 것이 사랑인가. 보고 싶은 마음을 ‘눈물’로 표현 할 정도로 애절함이 묻어난다. 가까이 있지 않아 보고 싶은 그 마음을 해소시켜 주지 못해 애인을 울게 한 잘못이 화자에게 있다고 아름다운 자책을 한다.

      흔히 미숙한 시인들은 메시지를 강조하거나 시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하여 많은 말을 구사하려고 한다. 짧은 말 보다는 긴 말이 설득력이 있을 거란 생각과 서정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그럴듯한 수식어나 수사법을 많이 동원해야 할 것이라는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무수히 내 뱉는다. 그 무수히 내 뱉는 말에 실천이 따라가지 못할 때는 가슴이 아프기도 한다. 애인이 변치 않고 한결같은 사랑에 믿음을 가진 화자는 행복하다고 한다.

      시를 이해하는 기초는 우선 시적 진술을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독자들이 시를 읽는다는 그 자체에서 벗어나, 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도 독자의 몫이다.

      시가 어렵지 않지만 각각의 관점에 따라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해되지 않은 부분은 시를 읽는 독자가 화자의 마음에 몰입하여 읽게 되면 그 마음이 독자의 마음에 전이되어 감동과 또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위 몇 편의 시를 살펴본 바와 같이 박가월 시인의 시세계는 다른 시인들이 그려내지 못한 독특한 표현이나 심상으로 독자들과 긴밀히 조우한다. 시인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진 언어의 그림인 이미지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그것을 시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기여하지 않는 한, 또는 시 속의 다른 이미지와 연결되지 않는 한 시인은 그것을 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박가월 시인이 그려내는 이미지들은 맑고 순수하게 표현되어졌다. 시 속에 다른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매개가 되고 어색하지 않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미지들이 줄줄이 나올 수 있는 누구나 넘보지 못하는 박가월 시인만이 가지고 있는 시 내공이 가히 깊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가월 시인은 현재 30년 넘게 시를 써 왔다. 그 열정이 변하지 않고 시 쓰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시의 제재가 무궁무진 하다고 한다. 시인의 눈에 띄기만 하면 무의미하고 볼품없는 무생물도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작품 속에서 생명력을 가진다. 또 청각에서 시각으로, 시각에서 촉각으로 등등. 모든 감각들이 결합을 통해 시의 의미구조를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시인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의 특질이라 볼 수 있다.

      박가월 시인은 구성진 시가 있는가 하면 아름다운 시가 있고, 전반에 걸쳐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핵심이 드러나게 글을 쓴다. 식지 않은 사랑 시가 있고 익살스런 시적 개그가 있어 읽는 독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시를 쓰는 것이 박가월 시인의 장점이다.

       

       

      2011년 10월 20일 발행

      (10월 25일 쯤 서점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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