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질마재와 인연 | 형과 아우 별 2010.07.08 22:13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9.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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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6140000



       

      괴산 질마재 고개 너머


             박가월


           1. 첫 번째 찾든 날

       

      질마재 고개 너머 우리 엄마 이사 갔다

      나이 들어 마지막 인생을 사시라고

      일흔이 된 형아가 아흔이 넘은 엄마를

      모시고 산다며 질마재를 넘으셨다

      서울 땅에서 힘들게 일만 하던 형아는

      이제 나이 들어 해먹고 살게 없다며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벗 삼고

      물 좋은 곳에서 효도 한번 하겠다고

      힘에 붙여 잘 걷지 못하는 엄마를

      아파트 꼭대기 층에 갇혀 지내는 게 안쓰러워

      확 트인 산촌 공기 좋은 곳에서

      유모차에 의지해 걸음마부터 다시 하고

      이웃 마실도 가고 여생을 보내시라

      아내 자식 다 떼어놓고 혼자의 몸으로

      엄마만 모시고 괴산 땅 질마재 너머에 산다.


           2. 두 번째 찾든 날

       

      질마재 고개 넘어가는 날

      비가 밤새도록 퍼부었습니다

      산골에 떼놓고 이제 오느냐

      엄마가 흘린 눈물 같았습니다

      벌어먹고 살기 힘들어 이제 왔노라

      차마 말할 수 없는 아픔

      막내아들 눈물 덮어 주느라

      비는 또 그리 많이 내렸나봅니다

      형아는 그날 마침 고향땅

      조상님 찾아 벌초하러 떠가고

      질마재 고개 너머는 엄마 혼자 남아

      방문을 활짝 열어 제켜놓고

      막내아들 언제 오나 기다렸습니다

      상봉하는 날 하늘도 슬펐는지

      엄마 아들 눈물 덮어주느라

      장대비가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3. 세 번째 찾든 날
       

      두 딸과 질마재 넘어가는 길은

      구름 한 점 없는 보름달이 떴습니다

      꾸불꾸불 돌아 넘는 고개엔

      정겨운 달이 우리를 인도하였습니다

      늦가을 저녁 어둠이 내린 집은

      웃음소리가 크게 새어나왔습니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로 반갑게

      환한 얼굴로 손잡아 맞이합니다

      사남매 가족들이 엄마 생신에 모여

      김장을 하며 고갱이를 뽑아

      보쌈에 막걸리 한잔하는 기쁨은

      엄마가 살아 계신 화목입니다

      질마재 고개 너머는 우리 가족사를

      새로 쓰는 아름다운 요람이 되어

      기쁨의 터전으로 거듭나는 바람입니다.


           4. 네 번째 찾든 날

       

      형아가 해주는 삼시 밥을 먹고

      이틀 밤을 엄마와 셋이서 지냈습니다

      깊은 밤을 형아와 술도 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는 엄마 걱정이었습니다

      엄마를 모셔보지 않은

      아우가 형아 마음을 어찌 알겠었요

      형만 한 아우 없다 하잖아요

      형아 마음 반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형아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엄마를 보살피느라

      문밖출입을 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몸도 마음도 외부와 차단하고

      엄마와 질마재 고개 너머 형아도 늙어갑니다.


           5. 다섯 번째 찾든 날

       

      손 뼈 마디마디 관절이 튕겨져 나와

      엄만 진통제가 아니면 고통을 참지 못합니다

      밤새 저절로 토해내는 앓는 소리에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바라만 봅니다

      약을 사 드리는 것 외엔 도와드릴 수 없어요

      며칠 전부터 숨이 가빠졌습니다

      쇠바람 소릴 내며 가쁜 숨을 몰아쉽니다

      몇 날 밤낮을 쇠바람 소리를 들으며

      형아 가슴은 타들어가다 내려앉았을 거예요

      칠십 넘어 최근에 요양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엄마를 봉양 수발하고 있습니다

      나는 엄마 앓는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안쓰러워 노심초사 잠 못 이루고

      형아 행동만 바라보며 구경만 하고 있었습니다.


           6. 여섯 번째 찾든 날


           1

      아팠던 몸에서 한결 가벼워져

      엄마 자신도 형아도 편안한 마음입니다

      엄마와 형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겨울을 뚫고 나온 민들레꽃처럼

      생동하는 밝은 기쁨입니다

      엄마는 노화에 오는 열약한 상태

      연세만큼 정상의 몸입니다

      밥 해먹는다고 서울 집에 갔다 오라

      형아보고 자신 있는 말을 합니다

      건강 찾은 엄마를 보니 마음이 행복합니다.


           2 

      아침에 형아하고 산책을 가느라

      형아 자전거를 가지고 신작로에 나갔습니다

      뒤에 탈 수 없어 자전거로 앞서 달리다

      형아가 저 만큼 가로수에 받쳐놓고

      걷다 뛰다 먼저 앞서 가면

      아우가 자전거로 따라잡아 저 멀리 달아나

      전봇대에 세워놓고 뛰어가고

      자전거가 다시 추월하여 앞서 나가

      저 만큼 멀리 세워놓습니다

      그렇게 형아와 아우는 자전거를 타고 걷고 뛰다

      산골짜기 외딴집 물 좋은 곳까지

      산책하고 왕복 두 시간이 넘는 코스를

      다시 돌아가는 길은 형아와의

      보람 있는 이야기에 시간이 짧기만 하였습니다.


           7. 일곱 번째 찾든 날

       

      엄마는 기력이 쇠진하여 누워계신다

      사람은 늙으면 어린네로 돌아가는 것인가

      힘에 겨워 응석을 부린다

      기어올라 대소변도 곧잘 보았으나

      이젠 의지하지 않으면 올라갈 힘도 없다

      다시 기운을 얻어 일어나리라

      자식은 희망이었을 뿐 현실은 냉혹하다

      기력은 자꾸 빠져 나간다

      이렇게 오래 산들 엄마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 마음은 이제 내려놓아야겠다

      한번 잃은 건강은 구십 육세의 나이에

      회복은 불가능한 것이리라

      자식들은 번갈아 찾아가 위로를 하지만

      나만 소생을 바랬던 것은 아닌가

      슬픈 일이지만 나는 희망의 끈을 놓으련다

      엄마가 한시라도 빨리 이 고통에서 편했으면 좋겠다

      형아가 새삼 고맙고 형수가 고맙다.


           8. 여덟 번째 찾든 날

       

      사남매가 질마재 너머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부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세 번을 하시다

      어제 갑자기 곡식을 끊으시고

      눈을 감고 말도 못하고 누워계십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작은아들 왔다고 크게 말을 해도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아무 말 없으시고

      연신 왼손 한쪽만을 움직이며

      이불은 걷었다 올렸다 옷을 잡아당기시기에

      염주를 손에 들려주니 차분히 돌리시며

      엄마는 안정된 모습입니다

      의식은 살아 습관처럼 손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아하고 깔끔한 엄마라서 누워 계신 모습이 곱습니다

      백 살까지 살아 계시기를 바랬지만

      자식이 목숨을 관장할 수 없으니

      슬프지만 하늘나라로 보내드릴 준비를 합니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렵니다

      자식의 넉넉하지 못한 삶을 안쓰러워하고

      많은 고생을 자식들과 하며 방패막이 되어주시던 엄마

      자식 사랑을 안락한 곳에서 받았으면 하여

      형아는 공기 좋은 곳으로 모셨지만

      효도를 하고자 할 때 노쇠하여 다한 목숨에

      자식은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호강은 못 해드렸어도 자식들이 지켜보는 앞에

      평온하게 밟아가는 자연사로 보내드림에 조금은 위안입니다

      엄마 찾아 넘던 괴산 질마재 고개도

      자식은 마지막 길이 되었습니다. 어 머 니 !


           9. 고향 선산에 가시던 날

       

      엄마가 질마재를 넘었을 때

      새 희망을 찾은 듯 즐거워했습니다

      땅을 밟고 밭을 보고 숲을 보고

      흙냄새를 맡고 살 것 같다 하였습니다

      낳고 자란 고향 같은 품속이라 하였습니다

       

      그 소녀같이 기뻐하시던 엄마

      그날이 그리 길지 않아 못내 아쉽습니다

      한 여름에 질마재를 넘어갔다

      이듬해 초여름에 다시 나올 때는

      이 세상을 하직하고 넘는 길이였습니다

       

      엄마가 번개산*에 묻힐 때

      고향의 뻐꾸기가 유난히 울어댔습니다

      활짝 핀 아카시아 꽃 짙은 향기는

      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될 때

      엄마 영혼이 감싸주는 마음씨 같았습니다

       

      번개산에 봉분을 세우고 돌아설 때

      푸른 하늘이 서럽다던 어머니 말씀처럼

      맑고 푸른 하늘이 더욱 푸르러

      엄마가 푸른 하늘에 들어가 앉은 것 같아

      자식 마음은 서럽게 눈물이 납니다.


         *번개산=선산


         10. 사십구재

       

      선산에 뫼를 쓰고 삼우제를 맞이한 날

      엄마 위패를 안치한 대덕사에는

      다소곳한 찔레꽃이 소복으로 갈아입고

      번개산 뻐꾸기 언제 따라왔는지 와서 웁니다

      말수가 적은 엄마가 그러 했듯

      산속에 들어앉은 절은 고요했습니다

      세종시 중심에 자리 잡은 원수산은

      숲속의 맑은 공기가 엄마 마음 같았습니다

      괴산 질마재를 떠나와 육신을 묻고

      이승에서 누려보지 못한 행복을

      영혼만이라도 하늘나라에서 누리시기를

      원수산 대덕사 법당에서 사십구재를 드리오니

      부디 편안하게 가십시오. 어 머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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