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반포의 효성| 수필작 별 2012.02.11 06:00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7.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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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포의 효성

       

          박가월


      사람들은 까마귀를 보고 재수 없다고 말한다.
      나는 왜 친근감이 가는 것일까. 어렸을 적에는 까맣게 무리지어 나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커 가면서 볼 수가 없었지만 등산을 좋아해 큰 산을 찾을 때면 많지는 않지만 몇 마리씩 보곤 했다.
      예전 같이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울산지역에 겨울까마귀 수천 마리가 무리지어 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옛날의 그 많던 까마귀는 볼 수 없으나 보기 드물게 주왕산에서 삼십 여 마리가 선회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동틀 무렵이면 먹이를 찾느라 초입 민가에는 더 많은 까마귀들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옛 문객들은 까마귀를 나쁘게 표현한 글들이 많다. 왜 그랬을까. 단지 까만 이유 하나만 가지고 비유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썩은 고기를 먹고 송장을 먹으니 경계했던 것이 아닐까. 영화 같은 장면에서도 나쁜 징조가 있을 때면 으레 나타내는 표현은 까마귀를 등장시킨다. 예견자인 것일까.
      초상을 전조하는 새라고 구전으로 전해 오고 있다. 근린에서 우는 것을 노인들은 지금도 싫어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도 까마귀가 앉아 있었으니까 재수 없어 배가 떨어진 것으로 인식한다. 까마귀는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부정적인 면이 많다. 어떻게 보면 저승사자 같은 느낌도 든다. 혐오의 존재로 버림받다가 오늘날에는 정력에 좋다는 소문에 고가(高價)로 팔린다는 시대의 수난을 겪고 있다.
      나는 까마귀가 좋다. 까마귀가 밉지 않은 것을 보면 까마귀의 사촌인가. 까마귀 조상쯤 되는지 내 얼굴은 좀 검다. 내가 받은 까마귀의 인상은 좋은 느낌의 각인(刻印)이 되었다. 옛날의 흰 겨울날 검은 무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까마귀는 겨울에 특히 강인한 체질을 발휘한다.
      까마귀는 반포의 효성으로 알려진 소문도 있지만 까만 정장 차림의 마카오의 신사 같고 중후한 매력의 멋이 있다.
      까마귀 새끼는 어미가 늙으면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인간의 인격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유일한 새이다.
      까마귀만도 못한 인간들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가. 특히 불효자 말이다.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하여 사라져 가는 까마귀를 좋은 상징으로 부각시켜 보존하였으면 한다. 까마귀가 내지르는 소리에 재수 없다고 떠들어 대지만 까마귀에게 배워야 할 한 가지가 꼭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
              


      2002년 12월 16일 씀

         2002년 10월 15일(주왕산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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