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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박가월
잎을 따다 넣어주면
사각사각 뽕잎 갉아먹는 소리
조근조근 이야기 소나기 내리는 소리
어린누에 뽕잎 썰어주면 풋 냄새 진동하는
잎사귀에 진딧물 하나 없이 깨끗이 준다
냄새에 민감해 집에는 화장품 향수도 치우고
어린아이 보듯 정성들여 애주중지 키운다
뽕잎 갉아먹는 몇 날 한 잠 자고 나면 쑥쑥
두 잠 석 잠 넉 잠 자고 날 때마다 옮겨
잠박 똥을 갈아주고, 만 배까지 자라나게
하루 세 번 네 번 다섯 번까지 뽕잎을 준다
집을 질 땐 쥐죽은 듯 부엌에 칼 소리 방문 소리
부부 싸움은커녕 사랑소리도 내지 않는다
민감한 소리에 스트레스 제 몸 갉아 뜯는다
28일쯤 자라 막잠(5잠) 자고나면 누렇게 익어
고개 빳빳이 세우고 입에서 명주실 뽑아낼 즈음
짚 섶 만들어 옮겨주면 명주실 살짝 뽑아 얽고
집짓기 전에 자기 몸속 모든 것을 배설하고
비단실 스스로 뽑아 땅콩모양 장구모양
희고 아름다운 원통형의 하얀 비단궁전 짓는다.
201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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