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난곡동 趙아저씨 | 발표작 떠돌이별 2012.08.07 05:00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3.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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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곡동 趙아저씨

       

                박가월

       

      처녀 미경이 여섯 살 때, 趙아저씨는 봉천동에 살다가 난곡동으로 흘러 들어왔다 무허가라도 내 집을 장만해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들어와 집을 사고 고향 부모님을 모셔 오니 고향 사람들은 몇 평 안 되지만 서울에 가서 집을 샀다고 작은 마을에 용 났다고 했다 셋방 전세 전전하다 집주인의 성화에 이사 다니는 것도 지치고 지겹고 서러워 난곡동에서 몇 년 고생하면 재개발 딱지(입주권) 받아 그럴 듯한 집하나 장만할 욕심으로 아우들의 돈을 끌어모아 산꼭대기에 집 한 채 장만한 지 어언 20년이다.

       

      집을 장만한 해 여름이 되자 장마도 오기 전에 조금 내린 비에 집에서는 물난리가 났다 장맛비에는 오죽했으랴 블록에 누삥을 얹힌 집이라 천장에서는 빗물이 쏟아져 안방 웃방 마루 부엌 할 것 없이 동이를 놓고 물을 받았고, 산 뒤쪽 담 벽에서는 물이 솟아 집안으로 스며들었다 겨울이 되면서 홑껍데기 같은 벽은 찬기가 돌고 벽 사이에서는 황소바람이 들어와 낮에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겨울을 나야 했다 이듬해에 할 수 없어 보수를 하니 산 집 값의 절반이 뚝 잘려 들어가니 허리가 휘청거렸다.

       

      높은 지대라 가물면 수돗물이 안 나오고 겨울엔 얼어붙어 저 아랫동네까지 공동물을 길러 다녔다 화장실은 공중변소를 쓰면서 아침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배달을 시키면 연탄 값이 비싸 한 푼이 아까워 딸 아들하고 새끼줄에 꿰어서 한두 개씩 날랐다 趙아저씨는 인쇄소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자 퇴직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나섰고, 아주머니는 파출부다 행상이다 하며 딸 아들을 키우고 형제들 뒷바라지에 빚을 갚느라 부부는 고생인 줄도 모르고 집 산 세월이 흘러 오십 줄의 후반이 되었다.

       

      딱지를 바라보고 지켜왔지만 빚을 이제 겨우 갚고 나니 바라던 재개발은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어 기뻐해야 할 텐데도 趙아저씨는 고생을 해 지켜온 집이라 아파트보다 더 소중하고 정이 들어 헐리는 것을 못내 서운해 한다 딱지는 받았지만 입주비가 너무 비싸 팔고 쫓겨 나와야 한다 상도동 다른 빈민가로 집 보러 오늘도 나가다 담배를 사러 들려서는 “미경이 시집가는 것을 꼭 봐야 할 텐데!? 정을 묻고 돌아선 뒷모습이 무거웠다 趙아저씨가 떠나면 미경이네 구멍가게도 곧 문을 닫을 것이다.

       

       

      [문학21 발표 2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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