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그녀가 하늘나라로 갔다 view 발행 | 수필작 별 2013.03.31 19:14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5. 1.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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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6140324



      그녀가 하늘나라로 갔다

          

               박가월 

       

      오빠, 선희가 하늘나라로 갔어. 오늘이 장례식이야.”

       

      외사촌동생에게서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

      그녀를 짝사랑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어떤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 낮을 그렇게 보내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픔 없는 하늘나라에 가서 행복하리라 믿는다.”

      내가 위로의 문자를 보낸다고 그녀가 들을 일 없고 동생에게 가만있을 수 없어 보냈다. 그녀는 유방암을 수술 받아 삼년 동안 괜찮았는데 재발하여 힘든 고생을 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소년시절 사택으로 이주해 가서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인형같이 예뻤다. 동생친구인 그녀는 청주 꼬마미스코리아로 선발된 초등학생이었다. 아버지가 조치원에서 연탄공장을 하여 마을에선 괜찮게 살았다. 그녀 오빠와 남동생 그리고 그녀와 형, 아우, 누이동생으로 자주 만나며 좋아했다. 그때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서울로 올라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에 대한 시를 쓰고 마음을 전하였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고 늘 그리운 대상으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리움의 神話>가 그녀를 그리다 쓰게 되었다.

       

      상현달이 가을 저녁을 스산히 비춘다.

      쓸쓸하고 외로움이 빛나는 窓門에 오동나무 잎새가 진다.

      잎지는 그림자 희미하게 창가에 어리는 것이 그리운 님이 찾아와서 날 못 부르고 문 밖에서 서성대는 것 같아 혹시나 문을 열어 본다.

      ――갈잎은 뜨락에 뒹굴고 세상은 고요하고 쓸쓸하다.

      마음은 한없이 빛나고 사랑은 그립다.

      , 상현달 비추는 이 가을밤에 지나는 길손이라도 붙잡고 그리움을 하소연하고 싶다. (1978)

       

      그녀도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궁핍한 삶에 보잘것없는 처지라 외면하였을 것이다. 동생도 내가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와 동생은 아주 친하였다. 그리고 동생이 나에게 간혹 안부를 전해주었다. 서울에 사는데 성숙한 여자가 되어 그녀가 동생과 집엘 찾아왔다. 같이 남산에 올라가 서울 구경을 할 때 그녀 같이 예쁜 여자는 본적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사는가 보러 온 것 같았다. 그 후 그녀가 천안 은행에 다닐 때 내가 한번 찾아가 전화하여 다과점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동생이 결혼할 때 만났을 적에는 그녀는 이미 결혼해 있었다. 그렇게 멀어져갔다.

       

      나도 늦게 결혼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10여년 만에 2004년의 일이다. 그녀가 오빠 연락처를 알고 싶어 해서 전화번호 알려준다고 한다. 예전엔 외면하더니 이제 와서 찾느냐며 농담을 하며 끊은 후 며칠이 지나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빠 선희야, 살다보니 보고 싶네.”

      그래 반갑다. 잘 지내고 있지

      이제 나이도 먹고 어린 시절같이 흉허물 없이 지네.”

       

      그 후 만나지는 못하고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녀가 서울은 멀고 천안 쯤 중간지점에서 한번 만나자고 했다. 그 약속을 해놓고도 피일차일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 한 동안 연락이 안 되었다. 혹 나 때문에 부부끼리 갈등이 있어 싸운 건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메일을 보냈다. 아파서 그랬다고 했다. 나와 연락할 때는 이미 아프기 시작했던 것 같다. 왜 아픈지는 모르고 나 때문에 아픈 것 같아 전화하지 말자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때 암이란 진단을 받고 실의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대전에 갈일이 있어 동생에게 그녀와 같이 만나자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동생가족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그녀에 대해 물으니 대답을 피하더니 밖으로 나와서 말을 한다.

      선희가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머리가 빠지고 해서 만나지 않으려고 해. 선희가 오빠한테 이런 말 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오빠만 알고 있어.”

      그녀가 자기 초췌한 몰골이 비참하여 간곡한 부탁이 있었는지 동생도 그동안 숨겨온 듯 간혹 안부 연락해도 그녀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었다.

      , 이런 일이 내 주위에 생기다니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기대가 무너진 듯 내 마음이 아팠다.

       

      그 후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대전에 갔더니 동생이 느닷없이 그녀를 만나러 가자고 한다. 그녀의 집은 3층이었는데 지하에 조그만 경양식집을 운영하였고 그리로 안내했다.

      그녀의 집은 음악가족이었다. 대전에선 알려진 가족이었다. 그녀 부부와 아들 하나 딸 둘이 음악을 하여 대전 TV에 자주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대전 동생이 TV 채널 몇 번을 틀면 그녀의 가족이 나오니 보라고 연락이 오곤 했다. 말만 해놓고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대전에 갔더니 동생이 TV에서 방송을 찾아 보여주었다.

      그녀의 지하 경양식 빠는 대전에 음악을 하는 동호인들이 모여 연습도 하고 모임을 갖는 그런 용도로 쓰고 있었다.

      2층은 음악학원을 운영하였는데 그녀가 피아노 선생이었다. 언제 그리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은행원에서 직업을 바꾼 것 같다. 그녀의 남편은 한때 가수로 활동했다고 들었다.

      그곳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처음 인사하고, 동생 가족과 같이 맥주를 한잔 하였다. 그때 그녀는 몸이 괜찮았다. 내 시집을 주고 <그리움의 神話>의 시를 펼쳐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그녀 때문에 썼다고는 하지는 안았지만 젊었을 적에 썼다고만 했다. 아마 눈치는 챘을 것 같다. 그것이 내가 결혼하고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리고 몇 번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그녀가 서울 어느 병원에 아파서 입원했다. 또 하늘나라로 가기 며칠 전에 그녀가 위독하다는 문자가 동생한테서 왔다. 어느 병원이냐 묻고는 가보지 못했다.

      그녀를 알고 나는 사랑을 알았다. 이루어지지 않은 짝사랑이었지만 한때나마 아름다운 인연이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선희야, 하늘나라에 가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라. (2012330일 아침에 문자를 받고)

       

       

      *고인이 된 그녀의 생의 모습과 가족들의 이야기가 44일 저녁 8시에 MBN충무로 와글와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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