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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 환승을 기다리며
박가월
플랫폼은 사람이 개미떼처럼 몰려있다
겨울 초입 어둠이 내린 을씨년스런 저녁
사람들은 웅크리고 전동차를 기다린다
싣고 실어 날라도 인파는 끊이지 않는다
시간대의 구분 없이 항상 만원이다
이놈은 운이 없는지 일찍 퇴근하는 날도
술 한 잔 걸치고 늦게 귀가하는 날도
사람은 날 쫓아 움직이는가 자리가 없다
용케 운이 좋아 앞에 있다 일어서는
자리가 있어 앉아 본 것은 손꼽을 정도다
전동차가 제시간을 못 지킬 때는
플랫폼은 형형색색의 사람 시장이다
이런 날에 전동차는 꽉 들어차 팔려가는
닭장 속의 닭이 헐떡거리는 모습들이다
숱한 세월을 이렇게 전동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런 생활도 삶의 정이 배었는가
사람이 없으면 플랫폼이 이상하게 낯설다
내 자신을 잃었다 일상을 이탈하고 싶다
한적한 오솔길로 들어서면 나를 찾는 곳으로.
200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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