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 name="naver-site-verification" content="577b8ef413b228b8045feff917a229419ec04aa3" /> 동수 이야기 view 발행 | 발표작 별 2013.08.23 05:01 :: IRA♧

IRA♧

순수한 열정을 닮고 싶은 배움쟁이

  • 2019. 4. 30.

    by. ariariari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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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blog.daum.net/gawoul/13823635



      동수 이야기

       

          박가월


           1

       

      조치원 장날, 장을 마치고

      동수와 아우는 십오 리 집 길을

      마차를 타고 별이 쏟아지는 호밀밭

      고요한 강펄을 지나고 있었다

       

        형아, 장가 안가?

        형아가 장가가야 나도 가지.

        쪼그만 놈이 벌써 장가냐,

        형아 닮아서 장가는 일찍 가고 싶구나?

        응, 형아 닮았나봐.

        색시는 있냐?

        없어, 없지만 웃말 금순이

        누나를 좋아해.

        자식, 그것도 형아 닮았네.

       

      동수는 착하다

      발가벗은 말이 바보가 됐다

      바보라고 말들 하지만 꿈을 가지고 산다

       

        2

       

      산속골 부잣집 곳간에서

      볏 가마를 한 마차 실어 놓고

      그 집 아홉 살배기 경구한테

      잽싸게 말을 해 놓고 뛰어간다

       

        나, 끙매로워

        끙 하고 올 테니까

        너, 몇 가마니 실었나 세어라?

        형이 세라!

        야, 임마? 지금 똥 싸겠다……

       

      똥숫간에 들어앉아

      변 보는척 문짝 틈으로 내다본다

       

        몇 가마니니……

        경구야, 다 셌니?

        ……………………

       

      동수는 방앗간 머슴이었다

      많은 셈은 못하지만 자존심은 있었다

      그리고 자기의 임무는 해 나가고 있었다

       

        3

       

      짐실은 마차는 언덕배기를

      무거워 못 올라가고 있었다

      소를 잘 다루지만 우직할 때도 있다

      뒤로 물러섰다, 다시 오름을 시도하는데……

       

        이랴이랴 이랴이랴

        이놈의 소새끼 잘 처먹으면서

        힘도 못 써, 너 오늘

        못 올라가면 제삿날인 줄 알아라

        아주 모가지를 비틀어

        똥장군 마개를 만들어 버릴 테다

        이놈의 소새끼 알아서 해라

        이랴이랴 이랴이랴

       

      누구나 제 뜻대로 안 될 때는

      감정을 폭발한다 사람은 같다

      동수를 누가 바보라고 했는가

       

        4

       

      빈 마차는 삐그덕 삐그덕 한갓진

      신작로를 타고 누워 저절로 가고

      동수와 아우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개구리는 울고 밤하늘에는 별들의 잔칫날이다

       

        별도 많다. 아, 많다!

        형아, 별들 봐라.

        저 별들 백 개도 되지?

       

      가슴엔 낭만이 숨쉬고

      동수도 분위기에 젖는다

       

        임마, 평수야?

        백 개만 되니,

        오십 개도 되지……

       

        오십이 많은 거야?

        ‘백’은 한 자지만

        ‘오십’은 두 자 잖냐.

       

      평수는 바보가 되어 가지만

      형의 말을 거역하지는 않았다

      형이 좋고 마차 타는 것을 좋아했다

       

        5

       

      동수는 힘이 장사다

      바보라고 하지만 성실하다

      동수는 일을 거침없이 해낸다

      방앗간집 딸 금순이가 좋아했다

       

        저녁 무그라, 갈란다.

        있다 가라, 데려다 주께.

        안 된다, 빨리 가야 한다.

        바쁘믄 무하러 왔노,

        내가 무그러 가믄 되지.

       

      요즘 와서 저녁을 내다 주며

      금순이는 동수를 괜히 보챈다

       

        있다 가믄 바라다 줄꺼지?

        알았다, 걱정마.

        있다, 내 가까이 오믄 안 된다.

        울아버지 알믄 혼난다.

        알았다, 히히히히……

       

      동수는 기뻤다

      가까이 와 달라는 말과도 같았다

      평수는 형수가 되는 누나가 더 좋았다.

       
       

      [스토리문학 발표 2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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