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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박가월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 이 말을 친구아내에게서 들었다. 내가 잘 돼야 할 텐데 걱정을 한단다. 이들 부부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다. 친구는 건설현장 소장으로 재직하다 IMF 때부터 경기가 안 좋아 직장을 옮겨갔다 간뒀다 반복하였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친구아내는 몇 개월간 열심히 노력하여 공인중개사 시험을 봐 좋은 점수로 한 번에 따냈다. 이때엔 시험이 어려워 주위에선 놀라워했다. 그 길로 부동산을 차렸다. 이때만 해도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여성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드물어 신기할 정도였다. 친구가 건설현장에서 나와 지금은 화곡동에서 같이 하고 있다.
가끔가다 서울로 올라오라고 하여 한잔 사준다. 친구들 사이에선 발이 넓다. 친구들에 대한 소식을 꿰뚫고 있다. 며칠 전 어디에 취직자리가 났으니 가보라고 한다. 친구한테 모임에서 월급도 안 나오고 죽겠다고 했다니 알아봤나보다. 친구의 친구 소개로 가서 면접을 보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렇다고 좋은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친구가 걱정해주는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가. 면접을 보고 가게로 들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여 나는 차를 몰고 갔다.
근처 식당에서 한방오리탕을 시켜 부부와 같이 술을 마셨다. 대리운전하고 간면 된다고 오랜 만이니 먹자고 한다. 이제까지 대리운전은 해본 적이 없는데 친구의 권유도 있고 해서 그래 한번 타고 가자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술도 하고 식사도 하고 일어섰는데 친구가 어느새 계산을 하고 대리운전을 미리 불러놓았다. 대리운전자가 오자 요금을 대리운전자에게 주며 잘 모셔주라고 한다. 내가 안 된다고 거절을 하였지만 아뿔싸, 부부가 합세해 나를 밀어내는 바람에 대접은 대접대로 받고 차비를 받아오는 염치없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친구는 내가 첫 시집을 냈을 때도 시집을 사서 지인들에게 돌려주기도 했다. 친구아내는 친구와 초등학교 동창이다. 나의 동창도 되는데 친구들 사이에 신뢰가 깊어 동창모임 금전관리를 20년 째 맡겨놓고 있다. 잘 사는 친구도 많은데 친구는 친구들을 불러 술대접도 가끔 한다. 친구들을 많이 좋아하고 친구들도 이 친구를 많이 좋아한다. 이 친구는 친구를 알고 인생을 아는 멋진 친구다.
2012.4.19.
하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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