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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도(春桃)야
박가월길을 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꼬드기고 싶다
남자는 여자를 잘 입히고 꾸며서
팔짱을 끼고 으스대며 신나게 거릴 거닐고 싶다
사람은 보여주기 위해 꾸밈을 한다
우리는 돈에 노예가 되어 벌지 않으면 멋을 부릴 수 없다
열심히 일하고 놀 때엔 노는
몇 해 전 내가 좋아하던 여자가 있다
명품을 사서 폼 나게 장식하고 마음껏 멋을 부리는
이름은 춘도
강원도 사북에서 올라온 여자
강남 신사동에서 봤다는 친구의 말은
옷을 잘 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백화점에서 나왔다고 한다
도도하고 쌀쌀맞던 여자
지금은 나를 보면 무시하지 못하리라
춘도가 걸어갔다는 강남 신사동을 나도 걸어봤다
촌놈이라고 깔볼지는 몰라도
춘도도 촌년이었으며 나를 보면 놀랠 것이다
하얘진 얼굴에 세련된 옷과 폼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나는 서울 한복판 종로를 걷고 있다
내가 좋아하던 춘도는 지금 어딜 걷고 있을까
보고 싶다, 춘‧도‧야.
[인연하나 사랑하나 창간호 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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