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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서리
박가월
동네 개구쟁이 아이들 왕초는 방앗간집 형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쫓았다 그날도 참외서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대낮에 큰집 참외서리 하러 갔다 서너 명이 따 가지고 나오는데 저 멀리에서 샘물 길러 나왔다가 본 큰집 누님한테 걸렸다 벌은 누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리한 참외를 가지고 집으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싸리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그 광경을 보고 어머니는 망신을 시킨다고 회초리를 들어 누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종아리를 때렸다 큰집은 참외 농사를 짓지만 참외 하나 안 줘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섭섭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원망 섞인 푸념을 하소연하듯 나를 꾸짖었다 방앗간 형 때문에 서리한 것은 모르고 먹고 싶으면 사달라지 남도 아닌 큰집 걸 서리했느냐고 화를 내면서도 한편은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참외서리를 했겠냐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지 우는 나를 목욕시켜주고 아무 말 없이 나가시더니 참외를 사 오셔서 깎아주었다 지금 기력 없이 누워 계신 방에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존심 상하게 속 썩여드린 지난날의 생각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200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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