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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이 피었어요
박가월
앞산에 지천으로 피어난 앉은뱅이 진달래꽃
진달래꽃이 피어나면 산에 올라 알맞은 나무에 걸터앉아 말안장을 삼고 달리는 자세로 나무를 흔들어댑니다
동무들도 제각기 같은 동작을 합니다
“이랴! 이랴! 가자!
신바람을 내며 뜻도 모를 끝맺음도 없는 노래를 부릅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진달래꽃을 입에 넣고 또 넣고 노래를 부릅니다
화려한 진달래꽃만큼이나 목청을 돋구어 겨우내 찌든 12살의 몸과 마음은 두견이의 피를 토하듯 토해 냅니다.
서산에 해가 떨어질 무렵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납니다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산을 항해 부릅니다
“그만 놀고 저녁 먹어라!”
여느 날 같으면 노는 것에 화가 나 있어야 할 아버지이지만 앞산의 진달래꽃을 바라보며 석양의 노을만큼 인자한 웃음을 띠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진달래꽃이 피었어요.”
“그래! 진달래꽃은 많이 먹었더냐!”
아버지도 진달래꽃을 먹은 적이 있었나 봅니다 두려움의 존재였던 아버지에게서 동질의 부류를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처음 맛보는 인정의 손을 잡고 싸리문을 들어섰습니다.
시집: 한 남자의 한달생활비내역보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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