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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
박가월
너의 지붕은 하늘이겠구나
큰 지붕을 가리지 못해 허전함은 어찌 채우니
그래도 좋은 점이 많아서 좋겠다
비가 오면 우산 쓰듯 나뭇잎 밑으로 피해
집 없이 살 수 있는 너가 부럽다
인간도 집 없이 살 수 있다면 좋겠다만
집이 있으니 갖출 것도 많고
관리비가 많이 드니 살기도 힘들다
남한테 뒤지지 않게 장식을 해놓다 보니
보여주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너는 치장할 게 없으니 관리비도 필요 없고
누가 쫓아와도 느릿느릿 근심걱정 없어 좋구나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보수를 안 해도 되니 편안한 건 너뿐이다.
20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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