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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 죽음
박가월
간혹 눈발이 날리는 장례식이었다.
파란만장한 동서의 삶처럼 모진 바람이 이마에 스쳤다 신태인 농가에서 서울로 올라와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아이들은 가르쳤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신부전증을 앓으며 일주일에 두세 번 수혈을 투석하며 육십에 노래방을 운영해 봤다 눈썰미가 있어 막노동판에서의 경험을 살려 노후에 이 돈 저 돈을 끌어다가 동업으로 다세대주택 서너 동을 짓는 동안 순탄하지 않았지만 조금 돈을 손에 쥐었다 늙어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여 차도 사고 집도 늘려갔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재산을 처형 앞으로 명의이전하고 아이들을 웬만큼 보태줘 집도 사게 했다.
그 날도 병원에 가서 수혈을 투석하였다 십분도 안 되는 거리를 운전하고 돌아오다 동네 작은 도로 골목에서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다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발각되어 병원에 이송되었을 때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 길에서 행인을 피하느라 그랬는지 오토바이를 피하다가 사고가 난 것인지 전봇대에 살짝 부딪혀 번호판이 조금 찌그러진 흔적만 있었다 뇌출혈이 먼저냐 교통사고가 먼저냐는 갈림길에서 유족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국과수에 부검이 의뢰되고 결과도 없이 장례를 치렀다 파란만장한 삶처럼 알 수 없는 의문의 변고를 맞고 세상을 하직했다.
200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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